가슴에 오래도록 남는 곳, 트로페아

이탈리아 남부 여행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포지타노와 아말피 해안, 나폴리를 먼저 떠올린다. 해마다 수많은 여행자가 몰리는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하지만 조금 더 남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현지인들은 오래전부터 사랑해 왔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아직 낯선 작은 해안 도시가 모습을 드러낸다. 칼라브리아주의 트로페아(Tropea)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라는 수식어가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은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 알게 된다. 절벽 위에 자리한 오래된 마을 아래로 투명한 티레니아해가 펼쳐지고, 햇빛을 머금은 바다는 에메랄드와 짙은 푸른빛을 번갈아 내보인다.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는 색감 때문에 많은 여행자가 ‘직접 봐야만 믿을 수 있는 풍경’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직접 본 입장에서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접근성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나폴리에서 고속열차를 혹은 렌트카를 이용해 약 4~5시간이면 트로페아에 도착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해안가 풍경 덕분에 가는 길 자체가 여행이 된다. 포지타노나 아말피 해안을 여행한 뒤 남쪽으로 일정을 이어가기에도 부담이 없다. 또는 라메치아 테르메 공항을 이용하면 차량이나 기차로 약 1시간 만에 이동할 수 있어 유럽 내 항공편과 연계한 여행도 편리하다.
트로페아를 대표하는 풍경은 단연 산타 마리아 델리솔라 성당이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처럼 보이는 거대한 바위 위에 자리한 이 성당은 도시의 상징이자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찾는 명소다.

흥미로운 것은 이 바위의 모습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거대한 암석 아래가 동굴처럼 깊숙이 파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수천 년 동안 파도와 바람이 절벽을 깎아 만든 해식동굴(Sea Cave)의 흔적이다. 거센 파도가 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침식하며 만들어낸 자연의 조각 작품인 셈이다. 썰물 때에는 바위 가까이까지 걸어가 동굴 같은 암반 지형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데, 시간에 따라 빛이 달라지며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연과 시간이 함께 빚어낸 풍경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다.

이 지역의 또 다른 매력은 ‘여행의 속도’에 있다. 유명 휴양지에서는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는 일이 익숙하지만, 이곳에서는 골목을 천천히 걷고, 광장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며, 해변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자연스럽다. 관광지가 아닌, 사람들이 실제 삶을 살아가는 남부 이탈리아의 일상을 만나는 경험이다.

미식도 빼놓을 수 없다. 트로페아는 달콤한 맛으로 유명한 ‘트로페아 레드 어니언’의 산지다. 일반 양파와 달리 매운맛이 적고 당도가 높아 샐러드부터 피자, 파스타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여기에 갓 잡은 황새치와 참치, 칼라브리아 특유의 매콤한 요리까지 더해지면 남부 이탈리아의 식문화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유명 여행지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지만, 어떤 곳은 오히려 아직 알려지지 않았기에 더 큰 가치를 지닌다. 트로페아는 그런 도시다. 화려한 이름값보다 자연이 만든 풍경으로 기억되는 곳, 수많은 여행지 사이에서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곳이다.

한국에서 포지타노를 다녀왔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트로페아를 다녀왔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다. 어쩌면 이탈리아 남부의 숨겨진 마지막 보물을 만나기에 지금이 가장 좋은 시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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